소설을 구성하는 3요소는 인물, 사건, 배경입니다. 그 중에서도 매력적인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소설 집필을 시작하기 전 주인공의 외모 성격과 더불어 직업을 정해야 하는데요. 직업이 중요한 이유는 주인공의 직업에 따라서 사건이 벌어지는 주 공간인 배경 역시 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은 희로애락이 담긴 공간입니다. 병이 말끔히 나아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은 사람의 비통한 사연 역시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지요. 만약 병원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쓴다면 일반 회사나 캠퍼스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한 전개를 가진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드라마, 영화, 소설같은 다양한 매체에서도 의학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종종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과연,소설 주인공의 직업을 의사로 설정하면 좋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소설 주인공의 직업을 의사로 설정하면 좋은 이유
- 작가는 직접 말하지 않고도 독자에게 주인공의 지적, 경제적 능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 긴박한 상황을 해결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주인공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 갈등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병원은 예상밖의 상황이 매일같이 펼쳐지는 공간이므로, 의사인 주인공과 다른 인물간의 갈등을 통해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기가 수월합니다.
- 의사들은 중대한 선택에 기로에 놓이는 순간이 많습니다. 주인공의 선택으로 그의 성격과 가치관을 아주 쉽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 ex) 병원에 찾아온 위급한 환자가 수술비가 없다고 합니다. 정이 많고 헌신적인 의사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라도 그를 수술시켜줄 것이며, 이성적이고 냉철한 의사는 안타까운 마음을 품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를 돌려보낼 것이며, 돈을 우선시하는 의사는 환자가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그를 귀찮아하는 태도를 보일 것입니다.
꼭 긴박한 병원 내의 상황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로맨스 소설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의 직업이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잠깐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주인공이 똑똑하고, 이성적이며,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점이 많은데 왜 의사가 주인공인 소설이 별로 없을까요?
많은 이점이 있음에도 의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선뜻 쓰기 어려운 이유는 아마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의사가 직접 의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작가들은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딱히 병원에 갈 일이 없죠.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작가가 그런 소설을 쓰려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조사해야 하고, 자료를 찾더라도 영어와 전문 용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어 난감하기 일쑤일 것입니다.
이처럼 전문직이 등장하는 소설을 쓴다는 건, 일상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소설을 쓰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이 수 배로 들어가는 일이기에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주인공이 의사가 아닌데도 의학 지식이 필요한 경우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는 드라마에서 자신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주인공이 뭉텅이로 빠진 머리카락을 보며 놀라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당연해진 지금, 소설에 그런 장면이 등장한다면 독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마도 곧장 댓글창으로 달려가 '머리카락은 항암치료 때문에 빠지는 건데, 작가님 자료조사 안 하셨나요?' 하는 댓글을 남기지 않을까요?
가슴을 아프게하는 많은 소설에는 '시한부'라는 설정이 들어있습니다. 꼭 시한부가 아니더라도 주인공이 병에 걸리면 인물과 상황과의 갈등을 만들어낼 수 있죠. 이같은 이유로 작가가 글을 쓸 때 의학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갈등 소재로 '주인공의 질병'을 선택하기로 했다면 성의없이 썼다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의학 지식은 조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의없이 쓰여진 소설을 읽고 싶어하는 독자는 없을 테니까요.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필자 역시 의사가 주인공인 소설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자료조사를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중 하나는 제가 원하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까지가 무척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검색해서 나온 내용을 보니 영어가 대부분이고, 영어를 번역하면 알아들을 수 없는 처음 보는 용어가 나오고, 그 용어를 검색하면 또 설명을 보며 한참을 이해해야 했죠.
심장병에 걸린 환자에게 의사가 약물을 설명하는 한 장면을 쓰기 위해 검색을 하면
이런 것이 뜨고는 했습니다. 도부타민이 약물 이름인 것은 알겠는데 카테콜아민은 뭔가요? 베타1 수용체는 또 뭐고요. (깊은 한숨) 검색하느라 하루를 꼬박 날려버린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네요.
아무튼 메디컬 소설이 아니라 단순히 의사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또는 환자가 주인공인 소설을 쓸 거라면 이렇게까지 깊게 들어갈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만 알고 있어도 고증을 지적받지 않는 훌륭한 소설을 써낼 수 있으니까요.
자료조사를 하는 방법으로는 인터넷 검색하기, 기존 의학 드라마 및 소설 참고하기, 전문도서 읽기, 네이버 지식in 이용하기, 의사 유튜버 영상 참고하기 등등이 있습니다.
필자처럼 자료조사로 고전하는 작가님들을 위해, 앞으로 이 카테고리에서도 필자가 여태 조사한 기본적인 의학 지식을 다뤄보도록 할 텐데요.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부터, 연차별 의사가 하는 일, 소설에 흔히 쓰이는 질병의 증상과 치료법 등을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부디 필요하신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의대생이 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